동해 문어가 맛있는 까닭
문 어
어떻든 문어라는 이름 덕에 ‘유학의 나라’ 조선에서는 문어가 제법 귀한 대접을 받았다. 공자 왈 맹자 왈 하며 오직 글을 아는 게 출세의 조건이었던 시대였으니 그들의 눈에 ‘글을 아는 물고기’가 얼마나 귀엽게 여겨졌겠는가. 그래서 유교 의례인 제사에는 이 문어가 꼭 올랐다. 글을 숭상하다 ‘먹통의 물고기’ 문어까지 숭상하게 된 것이다.
숙회, 국밥…. 뭐든 역시 현장에서 먹어야
‘글을 알고 사람을 공격하는 괴물’은 신화 세계의 영역이고, 일상에서 문어는 맛있는 해산물일 뿐이다. 타우린이 풍부하여 감칠맛이 깊고 쫄깃하고 야들야들한 식 감으로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한다.
문어는 한반도 근해에서 흔히 잡힌다. 특히 동해와 남해에 많다. 남해는 몸집이 작고 동해는 크다. 동해는 깊은 수심 덕에 큰 문어가 살 것이다. 남해는 돌문어, 동해는 피문어 하며 나누는데, 삶았을 때에 그 조직 식 감이 다르지 때문이다. 남해 것이 동해 것에 비해 대체로 단단하다.
조업 방법에 따른 맛 차이도 있다. 문어는 낚시로도 잡고 통발로도 잡는다. 낚시는, 커다란 바늘에 돼지비계를 묶어 바다에 내리는 방식이다. 통발에 비해 낚시의 문어가 더 맛있다. 까닭은, 문어가 통발에 갇히면 스트레스를 받아 살이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낚시 문어는 스트레스 없이 곧장 올라오니 살이 부드럽다. 강원도 고성의 문어를 최상의 문어로 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고성의 바다는 휴전선과 접하고 있어 통발을 놓기가 어렵다. 거의가 낚시 문어이다.
크다고 맛있는 것은 아니다
문어는 4~6월에 산란을 한다. 산란기에 들면 맛이 없다. 그 직전에 문어가 맛있다. 그러니까 겨울에서 초봄까지가 맛있다. 설악산에 눈이 덮여 있을 때가 문어가 맛있는 철이다 보면 된다.
문어는 흔히들 굵은 소금이나 밀가루로 박박 씻어서 삶는다. 문어 표피의 점액을 벗기고 살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 방법은 분명히 효과가 있다. 그런데, 지난겨울에 고성에서 이 과정 없이 문어를 삶아서 먹은 적이 있다.
새벽에 들어온 문어였는데 수조에서 건져 바로 삶았다. 가게 주인은 “고성 사람들은 이렇게 먹는다” 하였다. 부드러운 듯 탄력이 있었다. 질기거나 단단하지 않았다. 살에 붙은 문어 특유의 향과 감칠맛은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싱싱하니까 가능할 일이다.
문어는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 게 일반적이다. 나쁜 방법은 아니다. 초고추장을 조금 찍으면 문어의 잡맛을 잡고 감칠맛을 살린다. 잡냄새를 잡자면 굳이 초고추장까지 쓸 필요가 있을까 하도 의심해볼 필요도 있다. 초고추장은 워낙 강한 양념이라 문어의 맛을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식초나 레몬 정도만 있어도 된다. 간이 필요하면 소금이면 된다.
문어는 크다고 맛있는 것은 아니다. 고성 사람들 말로는 ‘중간치’를 맛있다 하였다. 어떤 분은 ‘사발 문어’가 가장 맛있다고도 하였다. 삶으면 사발 안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것을 ‘사발 문어’라고 한다. “제사상에도 사발 문어 올리잖아” 하였는데, 작은 문어는 삶아서 한참을 두어도 단단해지지 않으니 그런 듯하였다.
글 : 황교익, 유명 맛 칼럼니스트, 강원도 명예도민, tvN ‘수요미식회’ 패널리스트
사진 : 황교익·박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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