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 아시아 최초
봅슬레이 세계1위, 스켈레톤 월드컵 우승
대한민국 국가 대표 봅슬레이 · 스켈레톤 팀의 신화는 아직 진행 중
지난 3월11일 오전 9시.
평창 알펜시아 동계스포츠파크 스타트 경기장.
입춘을 건너 경칩도 지났건만 아직도 차갑고 쌀쌀한 기온으로 두꺼운 오리털 점퍼를 입어야만 하는 국내의 유일한 봅슬레이·스켈레톤 스타트 경기장이자 훈련 센터 앞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지상 훈련 준비를 시작했다. 요즘은 주로 실내 웨이트 트레이닝을 주력으로 하지만 이날은 촬영과 인터뷰를 위해 지상훈련으로 변경했다.
선수들은 피로해 보였다.
지난 2월28일 독일 퀘닉세에서 열린 2015~2016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8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이후 이어진 귀국 기자 회견에 이은 밀려든 환영식과 대외적인 행사가 지금껏 이어진 탓이다.
전날에도 대통령이 주재하는 대구 수성구 육상진흥센터 열린 ‘스포츠 문화 산업 비전보고대회’에 늦게 까지 참석하고 알펜시아로 복귀했단다. 이날 대통령은 “전용 연습장도 없고 지원도 별로 못해줬는데도 세계 랭킹 1위하고 실력 발휘 하는 거 보면 제대로 뒷받침하면 얼마나 더 잘했을까 아쉽기도 하고 자랑스럽다”고 응원했다고 한다.
그래도 코치와 선수들에게는 어쩌면 행복한 봄날 같은 나날들이지 싶어 물었다.
김식 코치는
그럼요. 비인기종목으로 주목 한번 끌지 못했던 때와 비교가 되나요. 3월 27일부터 2016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선발 전 경기가 있기 때문에 집중적인 훈련이 시작될 겁니다”
라고 한다.
이용 감독(국가대표팀과 강원도청팀 감독)은
예상치 못한 환대에 당황하고는 있지만 우리는 그래도 기쁘지요. 무관심 속에서 하루하루 악전고투하던 그때에 비하면 격려가 되니까요.”
상전벽해(桑田碧海). 맞다. 1:43.41초의 기적이다.
원윤종(31. 강원도청)·서영우(25. 경기도연맹) 선수는 한국 봅슬레이 사상 최초로 세계를 제패한 선수로, 윤성빈 선수(22ㆍ한국체대)는 한국 최초로 스켈레톤 월드컵 우승자로, 아시아에서도 최초 기록 보유자로 등록될 터이다.
이어 지난 3월14일 한국 여자 봅슬레이대표팀의 김유란(25·강원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과 김민성(23·동아대)조가 2015~2016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미국 뉴욕의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대회 여자 봅슬레이에서 7차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제 우리는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에서 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에 이르는 썰매 종목의 전 경기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선수들을 응원할 수 있게 됐다.
얼음 위의 FI이라 불리는 봅슬레이.
코너를 돌때는 시속 150km/h을 넘는 이 경기는 평균 시속이 130~140km/h라고 한다. 그래서 올림픽에서 가장 빠른 경기, 사고와 부상이 끊이지 않는 목숨을 걸고 하는 경기로 불린다.
이는 시속 130~150㎞의 속도로 빙판을 활주하는 썰매가 얼음 면이 고르지 않은 곳을 통과하게 되면 뒤집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곡선과 직선, 원형, 오메가 등의 코스에서 가속도를 유지한 채 커브를 활주하는 것이 승패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한국에서 썰매 종목의 역사는 짧은 또 하나의 이유다.
특히 이번 승전보 이후 직접 봅슬레이를 만들거나 외국팀이 버린 썰매로 한 연습, 연습장이 없어 아스팔트 위에서 한 운동, 기록을 때문에 체중을 늘리기 위해 하루 8끼를 먹었다는 이야기, 어깨 살이 얼음에 타는 잦은 부상들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면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줬다.
강원도청팀이 국가 대표 팀이 되는 현실인 이들 팀이 정상을 차지하기까지 그동안의 고군분투가 이번에 알려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고통 속에서 기록들은 차곡차곡 변해가고 쌓여갔다.
2010년 11월 첫 국제대회 봅슬레이 전복사고 공식기록 없이 실격. 2010 밴쿠버 19위,
2014 소치 18위, 2014 세계선수권 5위, 2015/2016 월드컵 4차 3위, 그리고 금메달.
이제 이들은 선발 전을 마치고 나면 4, 5, 6월은 진천 선수촌에서 7, 8월 평창 슬라이딩 센터에 마련된 아이스 스타트 연습장에서 훈련할 계획이다. 아이스스타트 연습장은 국내 최초 실내 아이스 연습장으로 오픈될 예정이다. 9월 체력훈련을 거쳐 10월이면 슬라이딩센터를 활용할 수가 있게 된다.
현재 이들이 갱신하고 있는 기록은 한국의 썰매 종목의 기록이자 강원도가 쓰고 있는 역사다.
2003년11월 강원도는 루지봅슬레이스켈레톤팀을 창단했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실업팀을 창단한 강원도는 열악한 재정 속에서도 동계 스포츠 저변 확대를 위해 지속적인 지원을 해왔다. 유일한 실업팀 창단, 강원연맹의 창단, 스타트 연습장을 건설하고 제공하고, 상비군이기도 한 상지대대관령고팀도 만들어졌다. 이들은 2016년 노르웨이 유스 청소년 대회에 참가, 봅슬레이 11워, 스켈레톤팀 8위 기록을 했다.
썰매가 없어도, 장비가 없어도, 훈련시설이 없는 한국의 현실 속에서 선수들과 코치 스태프, 감독, 이들을 후원했던 강원봅슬레이스켈레톤 연맹, 강원도가 이뤄낸 기적이다.
그 가운데서도 세계 언론에 주목을 받은 것은 바로 이용 감독과 코치진의 리더십이다.
전복 사고로나 관심을 받던 한국 썰매가 유럽·북미가 지배하고 있는 세계 썰매의 주류에 진입할 수 있었던 비결과 이유를 묻는 질문이 유독 많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용 감독(강원도청·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팀 총감독)이 주목 받는 이유를 묻다
한국 썰매 종목의 기술 향상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故 맬컴 로이드(영국) 코치를 영입한 일등공신도 이 용 대표 팀 총감독이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열악한 환경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관계자들을 만나고 실업팀 창단을 요청하며 훈련비를 마련하기 위해 발품을 팔은 이 감독의 일화는 스포츠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외신들이 한국의 금메달 성취를 놓고 설왕설래한다고 들었습니다만
외신들은 한국 사람들이 집중력과 협동력이 발휘되는 종목에 금메달이 집중되는 특성이 있다고 했는데 저도 동의하거든요. 외국선수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서 훈련도 혼자, 생활도 혼자, 기록도 내 기록이라는 사고방식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각자 다른 팀이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밥도 같이, 모든지 같이, 한 가족처럼 움직이고 생각하는데 바로 우리의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한국인이기 때문에 가능한거지요.”
선수들의 훈련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정신 훈련이라고 하던데요
끊임없는 체력훈련과 자신에 대한 분석을 시도해 보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봅슬레이는 기본적으로 하루 3번 이상 타면 위험하다는 게 통설입니다. 멘 탈이 중요하기 때문에 집중력이 흐려지면 전복사고가 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국제대회는 대회경기 이전에 최소 40회 이상을 타야 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사고를 예방하고 좋은 실적을 내기 위한 최소 조건이지요.
그래서 선수들 본인의 슬라이딩 영상 기록을 끊임없이 보고 문제점을 찾아보고 개선 방향을 잡도록 합니다”
세계 랭킹 1위 기록의 배경은?
엘리트 훈련을 통해 형성된 선수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5년 만에 세계랭킹 1위를 이룩한 것은 훈련 량에 있습니다. 타 종목에 비해 스타트 훈련이 가장 중요하고 또 스타팅이 빠른 드라이빙 기술이 승패를 좌우합니다. 중요한 드라이빙 기술은 체력이 뛰어나야 속도가 빨라진다는 전제가 형성되니 7시에 식사하고 웨이트 트레이닝, 장비를 이용한 훈련, 기록 분석 이런 패턴으로 운동을 지속하는 거지요.”
보통 10번 정도를 타야 선수의 개인 기록들을 분석할 수가 있고 비로소 장단점을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짜고 맞춤형 훈련 코스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이제 슬라이딩 센터 오픈으로 그런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최적의 외적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에 우리팀의 기대는 높습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우승을 위한 전략은요?
유능한 국가대표들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도자와 코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제작진들이 턱없이 부족해서 선수와 팀을 관리하는데 시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아직 전 세계 트랙을 경험하지도 못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 성과를 냈는데 이제 슬라이딩 센터가 개관이 되면 2018년전까지 500번까지 트랙에서 연습하는 게 목표인데요. 계획한 그대로 진행되고 또, 정부나 기업의 지원과, 일반인들의 관심과 더불어 이 부분이 충족된다면 우리는 평창올림픽 때에는 틀림없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글 : 조은노 강원도청 대변인실
사진 : 박상운 강원도청 대변인실, 대한강원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 대한봅슬레이스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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